같은 시기에 시작했던 친구가 이제는 눈에 띄게 멀어져 보이는 순간, 감정은 복잡해집니다. 축하하고 싶지만 동시에 작아지는 나, 이해하려 하지만 어색해진 대화 속 거리감. 이 글은 관계 안에서 생긴 간극을 솔직하게 마주하고, 그것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고민한 나의 이야기입니다.
나보다 앞서 나가는 친구를 바라보는 감정
대학 시절부터 함께 고민을 나누던 친구가 있었습니다. 취업 준비를 같이 하고, 입사 시기도 비슷했고, 직장에서의 애환도 자주 공유하던 사이였기에, 우리는 같은 출발선에서 달리기 시작했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그 친구는 차근차근 커리어를 쌓아 승진을 하고, 안정적인 위치에서 삶의 궤도를 만들어가는 반면, 나는 어느 순간 방향을 바꾸어 회사를 떠났고, 아직도 내가 나아갈 길을 정비 중인 상태였습니다.
어느 날 친구의 SNS에서 본 사진은 그런 간극을 더욱 뚜렷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승진 축하합니다", "부서 리더가 되다니 멋져!" 같은 댓글들. 친구는 이제 한 조직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 되었고, 그 위상은 명확히 드러났습니다. 그 모습을 축하하는 마음과 동시에, 나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나 자신을 떠올리며 깊은 이질감을 느꼈습니다. ‘나는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우린 분명히 비슷하게 출발했는데…’ 그런 생각이 들자, 그 친구에게 연락을 하고 싶으면서도 망설이게 되었습니다.
대화가 어색해질 것 같고, 내가 나를 더 작게 느끼게 될 것만 같았습니다. 이처럼 친한 친구조차 멀어지게 느껴지는 순간, 감정은 단순히 부러움이나 질투를 넘어서, 관계 전체를 조용히 재정비하게 만듭니다. 그 감정이 문제라기보다, 그 감정을 나 혼자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모르는 순간이 더 외로운 것이었습니다.
예전처럼 편하지 않은 대화의 공기
최근 친구와의 대화에서 공기의 온도가 달라졌음을 느낀 적이 있습니다. 예전엔 직장 이야기에 대해 같이 웃고 불평하던 사이였지만, 이제는 서로가 다른 삶의 궤도에 올라타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친구는 팀장으로서의 책임감과 조직 내 갈등에 대해 이야기했고, 나는 여전히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 사이에서 고민 중이라는 말을 꺼냈습니다. 그 대화는 서로를 응원하고 이해하려는 마음으로 이어졌지만, 나는 어딘가 모르게 “이해받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친구는 “그런 시간도 필요한 거지”, “나도 한동안 그랬었어”라고 말했지만, 그 말은 위로라기보단 격차의 자각을 더 선명히 만드는 말처럼 들렸습니다. 그리고 나는 그 대화 이후 며칠 동안 괜히 마음이 복잡했습니다.친구와 나 사이에 경력, 삶의 리듬, 생각의 방향, 그리고 대화의 언어마저도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더 이상 ‘같은 선’을 공유하고 있진 않지만, ‘다른 방향을 향해 가고 있는 사람들’로서 서로를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관계가 언제나 같은 깊이와 속도로 유지되긴 어렵습니다. 중요한 건, 그 간극을 두려워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마음. 서로를 비교의 대상이 아니라,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으로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거리를 인정할 때, 관계는 다시 부드러워진다
한동안 친구와의 연락을 일부러 줄였습니다. 그 시간 동안, 나는 스스로의 감정을 충분히 들여다보았습니다. ‘나는 왜 멀어졌다고 느꼈을까?’, ‘친구의 성공이 왜 내 자존감을 흔들었을까?’ 그 물음에 대한 대답은 예상보다 단순했습니다. 나는 아직 내 자리를 찾고 있는 중이고, 그 불완전함이 비교의 감정을 키웠던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감정은 결코 친구 때문이 아니라, 나 자신을 향한 기대와 조급함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그 이후, 나는 관계의 속도를 조절하기로 했습니다. 필요하다면 거리를 두고, 다시 다가가고 싶은 타이밍엔 내가 먼저 손을 내밀기로.
중요한 건 ‘같은 시기에 같은 길을 걷는 사람’이 아니라, 오랜 시간 서로를 지켜볼 수 있는 관계라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마주한 친구는 여전히 바빴고, 나는 여전히 방향을 탐색 중이었지만, 대화는 이전보다 훨씬 부드러웠습니다. 우리가 서로를 동기나 경쟁자가 아닌, 각자의 자리에서 살아가는 존재로 바라보기 시작했기 때문이겠지요. 같은 출발선에 섰던 사람과의 거리감은, 자연스러운 삶의 흐름 속에서 생기는 현상일 뿐입니다. 그 간극을 비교로 해석하면 관계는 금세 멀어지지만, 이해와 존중의 눈으로 바라본다면, 서로 다른 리듬 속에서도 충분히 이어질 수 있습니다.
나는 이제, 그 거리마저도 관계의 한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멀어진 것 같다가도 다시 가까워지는 순간, 그때 우리는 더 깊은 신뢰로 이어져 있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