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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먹고 잘 사는 사람’ 처럼 보이고 싶었던 마음

by 다이어리1_1 2025. 5. 1.

SNS에는 늘 반짝이고 멋져 보이는 삶이 가득합니다. 퇴사 후 느슨한 일상을 보내며 그런 이미지 속에서 나도 모르게 작아지고, 보여주고 싶은 욕망이 커져갔습니다. 이 글은 ‘잘 살고 있어 보이고 싶었던’ 마음의 본질과, 그 마음을 어떻게 다루기 시작했는지를 솔직하게 풀어낸 이야기입니다.
 

‘잘 먹고 잘 사는 사람’ 처럼 보이고 싶었던 마음
‘잘 먹고 잘 사는 사람’ 처럼 보이고 싶었던 마음

 

나도 그들처럼 살아 보이고 싶었다

퇴사 후 처음엔 SNS를 거의 보지 않았습니다. 자극적인 정보나 비교되는 사진들보다는 조용한 일상이 필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여유가 생기자 다시 인스타그램을 켜게 되었고, 피드 속에는 여전히 반짝이는 삶의 조각들이 넘쳐나고 있었습니다.
맛집에서의 근사한 식사, 새로 장만한 명품 가방, 해외에서 보내는 여유로운 한 주, 자랑스럽게 공개한 새 프로젝트. 스크롤을 내릴수록 나는 점점 '나만 뒤처진 사람'이라는 감각에 빠져들었습니다. 나는 여전히 루틴을 만들고, 작게 수입을 만들어보고, 하루하루를 실험하듯 살아가고 있는데, 그들의 삶은 이미 정돈되어 있고 여유롭고 안정돼 보였습니다.
그 순간, 내 안에서 묘한 충동이 일어났습니다. “나도 뭔가 있어 보여야 할 것 같아.”“잘 먹고 잘 사는 사람처럼 보여야 불안해 보이지 않을 거야.”그렇게 나는 내가 ‘좋아 보일 수 있는 장면들’을 머릿속에서 골라내기 시작했습니다. 카페에 가면 배경이 예쁜 곳을 찾게 되고, 밥을 먹을 땐 사진으로 남길지 말지 고민하게 되었고, 책을 읽을 때조차 표지가 잘 보이는 각도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누구보다 자유롭고 싶어서 퇴사했지만, 나는 또 다른 틀 안에서 살아가고 있었던 겁니다. SNS라는 무대 위에 올라 ‘괜찮아 보이는 사람’으로 연기하고 있었고, 그 연기가 때때로 나 자신을 더 지치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늦게야 알게 되었습니다.

비교의 시작은 ‘좋아 보여서’가 아니라 ‘불안해서’

처음에는 단순히 ‘멋져 보인다’, ‘잘 됐구나’라고 생각했지만, 비교는 아주 빠르게 불안으로 바뀌었습니다. 특히 나와 비슷한 시기에 퇴사하거나, 프리랜서로 전향한 사람들의 화려한 일상은 마치 나에게 "너는 왜 아직도 그래?"라고 묻는 듯한 기분을 들게 했습니다. 비교의 본질은 사실 ‘그 사람이 더 잘해서’ 생기는 감정이 아닙니다. 내가 내 삶에 충분한 확신이 없을 때, 비교는 가장 강력한 흔들림이 됩니다. 나의 삶이 흔들리지 않는다면, 누군가의 잘됨은 그저 ‘좋은 소식’ 일뿐일 텐데, 내 삶이 불분명할수록 그들의 빛은 나에게 그림자가 되어 다가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스스로에게 속이려 들었습니다.“괜찮아 보여야, 나도 덜 흔들릴 거야.”“나도 잘 살고 있다는 걸 보여줘야 인정받을 수 있을 것 같아.”그렇게 SNS 속 나는 더 밝아졌고, 반대로 실제의 나는 점점 그 밝음에 지쳐갔습니다. 무언가를 보여주기 위해 사는 삶은 금세 피로해집니다. 그리고 그것은 자존감이 아닌, 외부의 시선을 먹고 자라는 허상일 뿐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나를 다시 나답게 살아내기 위한 선택

그래서 나는 SNS를 다시 멀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덜 사용하고, 덜 보여주고, 덜 비교하려는 연습’을 시작한 것입니다. 사진을 찍더라도 꼭 공유하지 않아도 괜찮고, 멋진 순간이 아니더라도 의미 있는 하루는 충분히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에게 자주 말해줍니다. 나는 이제 ‘잘 먹고 잘 사는 사람’처럼 보이기보다, 그냥 ‘진짜 나’로 살아가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건 누가 봐도 근사하지 않을 수도 있고, 반짝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내가 느끼기에 안정된 삶입니다. 조용히 글을 쓰고, 커피를 마시고, 햇볕 좋은 날 산책하는 시간이 내게는 진짜 ‘잘 사는 삶’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조금씩 배우는 중입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내가 나를 긍정할 수 있을 때, 남의 삶이 더는 위협으로 다가오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누군가의 근사한 한 컷보다, 내가 진심으로 웃었던 오늘 하루가 더 소중하다는 걸 느끼고 나니, 더 이상 보여주기 위해 살아갈 필요가 없어졌습니다.“잘 살아 보이고 싶은 마음”은 사실,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나의 소망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 마음을 조금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려 합니다. 겉모습이 아니라, 나만의 방식으로 하루를 지켜내는 것으로. 비교 대신 관찰하고, 보여주기보다 느끼기를 선택하는 것으로요.
오늘의 나도, 충분히 괜찮다고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반짝이지 않아도, 진짜 빛나는 순간은 내 안에 있다는 걸 믿으며.